로클럭 본시험 본 썰
뭐 사실 로클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로클럭 준비+본시험 본 썰 풀어본다.txt. (떨어졌기 때문에 수기까지는 아니고 걍 썰 정도..)
1. 나는 왜 로클럭을 지원했을까
솔직히 그냥 지원했다..^_^.. 로스쿨 입학 때부터 나는 그저 지극히 나의 안위를 위해 직업인으로서 법조인이 되고자 했기에, 특별히 공직에 큰 뜻은 없었음..
일단 로클럭이란 (사실 나도 잘 모름ㅎㅎ) '재판연구원'을 의미하는데, 각급 법원에 파견되어 판사님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로클럭에 선발되기 위해서는 우선 로스쿨에서 2-2학기에는 <형사재판실무>, 3-1학기에는 <민사재판실무>라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 수업들은 연수원 교수님들이 전국 각지의 로스쿨에서 강의를 하시는 건데, 강의 교재, 수업 내용, 시험이 모두 동일하다. 이렇게 전국단위로 진행되는 위 수업들의 시험을 잘 보면, 서류절차를 거쳐 1.일반선발이 되어 본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거나, 또는 2.우선선발이 되어 본시험 없이 바로 면접전형의 기회가 주어진다.
나는 형사재판실무는 그냥 그랬는데, 민사재판실무는 아주 약간 잘봤다... 그냥 우리 때 민재실이 형재실보다 좀 어려워서 다른 수험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적이 올랐던것 같기도...
여튼 그래서 민재실이 끝나고 교수님과의 면담을 신청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방고등법원 우선선발 전형에 지원해보는걸 추천하셨다.
(※각 재실 수업이 종강하고 성적이 나오면 교수님과 면담할 기회가 있다. 로클럭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면담을 통해 시험 내용, 등수, 로클럭 지원 가능 여부 등등을 구체적으로 여쭤볼 수 있다. 그리고 민재실 면담 때 들었던건데, 교수님 피셜 민재실 성적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당연히 형재실도 잘해야하지만, 중요도로 따지면 형재실<민재실 이라는 뜻! -- 그냥 형재실보다 민재실을 더 잘 본 나를 위로하기 위한 말씀일수도 있지만. + 그리고 각 학교에 출강하는 교수님과 시험출제, 로클럭 선발절차에 관여하는 교수님이 다르기 때문에 면담 과정에서 교수님도 어떠한 확답은 해주실 수 없다고 했다. 면담 내용도 출강교수님들끼리 각 로스쿨 학생들의 성적 정보를 취합하여 대충 추측하는 정도라고 말씀하심.)
고민 끝에 그냥 서울고등법원에 지원했고, 우선선발은 장렬히 떨어졌다 ^_^..
내가 이처럼 로클럭에 지원한 이유는, 일단 재실 성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학부 칼졸업에 어떠한 사회경험도 자격증도 없는 내게 로클럭은 정말정말 최고로 매력적인 진로였기 때문이다. 다만 집을 떠나 가족도 친구도 없는 낯선 곳에 갈 만큼의 유인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취준중인 지금은 약간 후회중^_^/ 물론 지방도 안되었을 가능성이 더더더더더욱 큼 ^_^/)
2. 1차 합격
민재실이 끝나고 3학년 여름방학 때 지원서를 제출한다. 제출하는 서류는 1.지원서, 2.자기소개서, 3.이력서 정도인데, 사실 형재실, 민재실 수업 성적이 중요하지 자기소개서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다만 변리사 등의 자격증은 유의미한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외의 경력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알고있음.. 로스쿨 평점도 정말 낮은게 아니고서야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들었다.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고 귀찮음..(지금도 너무 쓰기 싫어 울고싶당 6_6;;) 민재실과 6모까지 휘몰아친 이후 몸과 마음이 탈탈 털린 시기에, 내가 변시조차 붙을 수 있을까 불안하고 고민되는데, 될지 안될지도 모르고 정말 내가 되고 싶은지도 모르겠는 로클럭 자기소개서를 쓰는 마음이 참 불편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작성해서 무사히 제출했다. 내 기억으로는 우선 인터넷으로 접수를 하고 프린트한 각 서류들을 직접 법원으로 제출하러 갔던 것 같다. 그래서 이날은 걍 법원 구경하고 맛있는거 먹고 오고 신나게 놀았던 걸로 기억함 ^_^/
이 때 서류를 제출하러 가는 각 고등법원은 내가 우선선발로 지원할 고등법원이다. 우선선발로 지원할 고등법원은 1군데 지망할 수 있고, 일반선발의 경우 4지망인가 5지망까지 쓸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일반선발로 지원할 고등법원에도 따로 서류를 제출할 필요는 없다.
그러고 나는 로클럭은 잊고 열심히 공법 공부를 했다.
8월 즈음에 서류 합격자가 발표되는데 오전 열한시쯤? 지원자의 메일로 연락이 온다. 이 때 일반선발 대상자라고 연락이 와서 본시험을 준비할 것인지 아니면 로클럭 도전은 그만 할 것인지 크게 고민이 되었다. 왜냐면 본시험은 9월 초인데, 본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또 8월 한달 간 기록 연습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공법은 물론 상법까지도, 사례는 물론 객도 풀어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본시험을 보기로 결정한 이유는, 1.애초에 크게 기대한 바 없이 여기까지 온 것이니 지금도 경험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을 보러가자는 생각을 했고, 2.그래서 공법은 잠시 쉬고 민사 형사 중심으로 공부하되 객과 사례 까지 하면서 본시험이 아닌 변시용 공부를 한다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다만 이건 내 케이스(=불안감이 잠식하면 어떤 공부에도 집중하지 못해서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타입..)이고, 로클럭이 반드시 되고자 하는 수험생이라면 되도록 본시험에 올인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도 결국 붙은 사람들은 로클럭이 되기 위해 재실 수업때부터 정말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로스쿨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민은 되도록 짧게! 그리고 내가 선택한 것은 옳다고 생각하고 굳건하고 성실하게! 하는 힘인것 같다ㅎㅎㅎㅎ...
3. 본시험
본시험 전까지 형재실 민재실 강의노트, 최신판례 등을 달달 읽고, 연수원 기록까지 써봤다.
그리고 대망의 본시험날!! 본시험은 일산에 있는 사법연수원에서 보는데, 좀 거리가 있긴 했지만 나는 그냥 집에서 갔다. 오전 일찍 시험장에 입실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전날 미리가서 주변 숙소에서 묵고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도 있다는데, 나는 괜히 잠자리를 옮기는 것보다는 가는 길에 차에서 자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고사장에 있던 사람들(15명) 중에도 한 두명 정도는 수험장에 캐리어를 끌고 오셨기 때문에 그 주변에서 묵는 분도 꽤 계신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다. 아마도 집이 아주 먼 분들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긴 하다. 그런데 내가 검색해 보았을 때 그 주변에 숙박시설이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서, 혹시 본시험을 보는 분들은 일찌감치 숙소를 잘 찾아 놓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난생 처음 가보는 사법연수원 건물은 생각보다 그냥 그랬다(?)...ㅋㅋㅋㅋㅋㅋ 그냥 공공기관 건물 같았고.. 일산호수공원 바로 앞이라 환경은 좋았던거 같다. 히히 사실 그 근처는 처음가봤는데 시험보러 가서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없음ㅎㅎ (나 시험보는 동안 언니는 스타필드가서 구경하다가 갑자기 침대 계약했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생 고생하는 동안 쇼핑도 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신 듯ㅎㅎㅎ)
본시험을 보는 인원은 강의실 별로 15명 씩, 10개 강의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대충 150명 정도..?였던 것 같다(한두명쯤은 결시생이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일단 내가 있던 강의실에는 전부 다 있었던 걸로 기억한당). 일반선발로 50명을 뽑으니 대충 이곳에서의 경쟁률이 3:1 이겠군.. 이라고 생각했던듯...
본시험은 오전에는 형사 시험을 보고, 점심 식사 후 오후에는 민사 시험을 본다.
형사 시험의 경우, 형재실 시험과는 달리 사례형 문제나 처단형을 계산하는 문제는 없고, 기록 문제만 있다. 시험을 본지가 오래돼서 내용은 정확히 기억 안나지만, 아주 어렵지는 않았고 다만 10모 기록형에서도 나온 최판 문제가 나왔던 것은 기억난다 (덕분에 10모 기록형을 잘보았기 때문이다ㅎㅎㅎ 본시험보고 얻은 유일한 것ㅎㅎ). 재실시험이건, 본시험이건, 변시건 결국 최판은 정말정말 중요한 것 같다.
본시험도 재실 시험 때처럼 포스트잇과 날클립기 지참이 가능하기 때문에 꼭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나는 답안 작성할 때 간격을 굉장히 널널하게 하고 글씨도 크게 쓰기 때문에 답안지 배부할 때 좀 더 받아놨다. (분량 제한이 없고, 간격을 널널하게 해야 나중에 추가하거나 수정할 때 용이하기도 하고 또 교수님들이 채점할 때 그나마 덜 번거로우실것 같기 때문이다..)
점심식사는 도시락을 싸갔는데 시험보는 그 자리에서 식사해야 한다. 이게 코로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연수원 책상이 넓고 고사장도 넓었어서 괜찮았다. 밥을 먹으면서 기재례랑 요건사실을 좀 들여다봤던 것 같다.
민사 시험은 사례형이랑 기록형 문제가 있어서 형사 시험보다는 시험 시간이 길다. 사례는 민재실 시험처럼 변시 사례형 같은 문제, 주문만 작성하는 문제, 주문이랑 이유를 짧게 작성하는 문제 등이 있었다. 기록은 민재실 시험보다는 쟁점이 더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대적으로 좀 정형화되어서 예측이 가능했던 기록 문제보다는 사례 문제가 좀 더 어렵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재실이건 본시험이건 사례 문제와 기록 문제의 시간 배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정말 정신없이 팔이 아픈줄도 모르고 작성했던 것 같다. 이 때도 답안지를 더 받아놓고, 메모용으로 나누어 주시는 종이도 한장 더 받았다. 민사의 경우 사례 문제를 풀때도 메모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본시험 때는 아니고 민재실 시험 때, 첫번째 사례문제의 사실관계가 꽤 길고 복잡해서 좀 당황한 기억이 있다. 민재실 사례는 변시 사례 문제랑 다르게, 기록형 문제처럼 주장별로 사실관계가 좀 길고 상세하게 나오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어서 문제를 빠르게 읽으면서 한번에 정리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험문제를 받는 것이 좋을 듯!!).
민사 시험이 끝나고나서 집에 정말 가고 싶었지만 쉬는 시간 이후 적성검사??같은 문제를 풀고 나왔다... 이거야 뭐 심리테스트 같은 거였는데 빨리 작성하는 순으로 나올 수 있어서 후다닥 마치고 나왔다.
그러고 나서 10월 말 즈음에 면접 대상자 발표가 난다. 나는 이 때 떨어져서 더 이상 남길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도 덕분에 연수원 구경 잘 하고 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ㅎㅎ..
그래도 막상 떨어진 당일에는 일련의 사건으로 설마 내가 붙는건가 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기에 아주 조금은 속상했다..ㅎㅎㅎ 이건 동기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건데, 사실 발표가 나기 불과 며칠 전 대법원에서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그 내용인즉슨 무슨 내가 당사자인 사건이 있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로클럭 지원할 때에는 혹시 당사자로 진행된 사건이 있는지 지원서에 써서 제출해야 하는데, 나야 뭐 당연히 착한 모범생(?)으로 살아왔고.. 분쟁이 있을만한 재산도 없고.. 그리고 내가 당사자인 사건을 내가 모를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당연히 없다고 쓰고 제출했다. 그래서 그 연락을 받고 진짜 멘붕 상태로 대법원에서 알려준 사건을 검색해봤는데, 판결문을 살펴보니 내가 살던 동네의 주변 시설 관련해서 국가에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안이었고 나를 포함한 주민들 수천명이 선정자였고 선정당사자가 소를 진행한거였다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나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듬........
그래서 이런 내용으로 소명하는 글을 작성해여 제출했고, 나는 '이거 발표 며칠 전에 연락오는 거니까 설마 내가 합격자 범위에 있기 때문에 그런건가???!!!!'라고 생각하며 갑자기 행복회로를 돌렸닼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그러나 떨어졌고.. 이럴꺼면 왜물어본거야... 원망하면서도.... 좀 덜 상처받기 위해 그 사건 때문에 떨어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닿ㅎㅎㅎㅎㅎㅎㅎ허헣ㅎㅎㅎㅎ 그러니 이글을 읽는 누군가도 로클럭에 지원할 생각이 있다면 혹시나 내가 관련된 사건이 있나 한번더 생각해보길...
여튼 나의 로클럭 도전기 끄읏ㅎㅎ